사이트 내 전체검색

보도/홍보자료

[부산일보][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 동네 클래식의 나무, K클래식의 숲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부소연
댓글 0건 조회 266회 작성일 22-10-24 13:53

본문

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 강사


미국 반클라이번 피아노콩쿠르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부산일보DB


7719d9289d9c13c17960f35268ae50ed_1666587175_9174.jpg
 

지난 주말 부산은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2030 엑스포 유치를 위한 보랏빛 물결이 광안대교를 넘어 밀물처럼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K팝 스타 BTS가 몰고 온 파고다. 이를 가능하게 한 바탕에는 팬덤이 존재한다. 새롭게 탄생한 문화공동체다. 세대와 성별, 계급과 아비투스,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여 스타에 대한 사랑을 공유한다. 스타의 사적 영역을 넘어 기후위기나 인권, 차별과 혐오와 같은 전지구적 의제에 이르기까지 팬덤의 자발적 연대와 실천은 재빠르고도 거침없다. K클래식이라면 어떨까?


K클래식 스타의 등장과 활약은 K팝만큼이나 연원이 깊다. 1954년 13세에 미국 유학을 떠난 피아니스트 한동일은 전쟁의 폐허와 절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을 상징했다. 1965년 한동일의 레벤트리트콩쿠르, 1971년 백건우의 나움버그콩쿠르 우승은 국격을 드높인 사례로 기억된다. 1974년 정명훈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입상했을 때는 가두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 K클래식의 약진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세계 3대 콩쿠르라 불리는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 퀸엘리자베스국제콩쿠르, 차이코프스키국제콩쿠르에서도 한국인 연주자들의 쾌거는 종횡무진이다. 최근에도 국제콩쿠르 수상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특히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제패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K클래식은 한국전쟁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우리나라의 문화수준을 선양하는 최전선에 서 있는 셈이다.


K클래식을 대표하는 스타 연주자의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클래식음악 생태계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이즈음 음대의 입지가 위태로운데다 졸업생들의 진로 역시 막막하다. 제아무리 열심히 공연을 마련해도 유료 관객은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 후원도 명망 있는 연주자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지역의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클래식음악 생태계는 몇몇 연주자만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하면 스타 연주자라 하더라도 살아남기 어렵다. K클래식이 우리 삶에 스며드는 물결이 될 수 있을까?


음악의 본질과 가치를 되돌아보는 일이 시급하다. 유명 연주자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 자체를 즐기는 공연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작은 변화도 감지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곁의 음악문화를 지켜온 하우스콘서트홀 7곳이 부산소공연장연합회를 결성했다. 내달 제1회 우리 동네 문화살롱 페스타를 연다고 한다. 부산의 클래식음악 생태계를 건강하게 일구는 묘목으로 부족함이 없다. 지역연주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음악의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는 자리다. 지역사회와 클래식 음악계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다. 작은 묘목이 울울창창한 K클래식의 숲을 이룰 수 있도록 동네 클래식의 팬덤을 자처하자. 보랏빛이 아니면 또 어떠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부산문화포털다봄
부산문화회관
부산문화재단
금정문화회관
영화의전당
국립국악원
동래문화회관
을숙도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