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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플랫]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민선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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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에서 나를 발견하다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Clemente Min 민선재 인터뷰)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한국에서는 민선재, 스페인에서는 클레멘테 민으로 두 나라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플라멩코 기타리스트입니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20대에 베를린으로 이민을 가서 생활하다가 우연히 플라멩코의 매력에 빠져 본고장인 스페인에서 공부를 했고 현재까지 플라멩코 아티스트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티스트이면서 오거나이저 두 가지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Q. 한국에서는 연주도 하면서 동시에 기획도 하시는군요.
A. 아무래도 한국은 플라멩코 인구가 극히 적어서 따로 기획을 해줄 사람이 없어요. 일본 같은 경우는 아카데미나 소규모 클래스 같은 게 버스 정류장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로 활성화가 많이 되어있어요. 인구가 많아져야 그 속에서 연주자도 생기고 무용수도 생기고 그걸 가지고 기획을 한다든지 전문 공연장을 만들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발전이 되는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한국은 이제 인구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단계이긴 합니다.
Q. 우리한테 사실 생소하긴 해요. 플라멩코의 국제적인 위상은 어떤가요?
A. 우리나라에 좀 늦게 들어오긴 했지만 플라멩코는 워낙 인터내셔널합니다. 플라멩코의 유명한 학교들이 제가 다녔던 안달루시아 세비야 지역에도 있고 뉴욕에도 큰 데가 하나 있어요. 일본에도 물론 있고요, 네덜란드, 프랑스 등등 유명한 댄서들이나 연주자들이 차렸던 역사적인 학교들이 많이 있어요.
Q. 플라멩코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A. 저는 기타리스트였거든요. 그전부터 재즈나 록, 컨템포러리 음악을 하면서 뭔가 나만의 색깔 같은 걸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베를린에서 플라멩코 연주자들을 봤는데 너무 열정적이고 굉장히 음악이 섹시하고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하고 그런 느낌이 드는 거예요. 전통음악인데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런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스페인으로 가게 되었어요.
Q. 한국인으로서 스페인의 전통음악을 공부하고 연주한다는 게 어떤 경험이가요?
A. 어떤 사람들은 이게 너무 민족적인 음악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저는 그 말 자체가 잘못된 말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바다하고 산만 건너면 달라지는 게 민족인데 테두리 안의 민족만 담아내면 결국엔 ‘너하고 나하고 달라.’ 이 말 밖에 안 되는 거거든요. 예전에는 음악을 공부하면 어떤 지역색이 있고 그게 하나씩 하나씩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아요. 플라멩코와 아랍음악, 아랍음악과 중앙아시아 음악, 중앙아시아 음악과 인도 음악, 인도 음악과 중극 음악... 지구가 서로 다 연결이 되어있는 것 같아요. 비슷하게 생긴 악기들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같은 음계를 다르게 표현하고 그런 것들이 제 생각에는 앞으로의 컨템포러리 음악이 가는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Q. 현재 하고 계신 활동은요?
A. 지금은 플라멩코를 위주로 월드뮤직을 많이 선보이고 있어요. 2019년에 문화단체 ‘한국예술플라멩코문화원’을 설립해서 단지 플라멩코 기타 연주만이 아니라 플라멩코에 기반한 미술, 연극, 무용, 시나 소설, 이런 부분들을 다 어우르는 예술활동들을 좀 보여드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살바도르 달리나 피카소 같은 미술가들도 플라멩코가 태동했던 지역분들이시거든요. 또 개인적으로 홍대에 ‘마지카 아트 플레이스’라는 클럽을 운영하고 있어요. 음악은 살아있어야 되잖아요. 실제로 연주를 하고 사람들한테 ‘이런 맛입니다’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여기 부산에서 민요를 하시는 경상도 민요 보존협회의 선생님께서 노래를 부르시고, 아랍 음악을 연주하는 이집트 출신 친구의 리듬에 네팔에서 온 시타르 연주자와 저의 플라멩코 기타가 어우러지는 팀을 꾸렸어요. 팀 이름이 ‘토케토리’이고요 5월 7일 서울 종암동 ‘산유화 아뜰리에’에서 첫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Q. 국악과 아랍, 이집트, 네팔, 스페인 음악이 어우러지는 팀은 난생처음 들어보네요!
A. 스페인에 가서는 플라멩코만 합니다만, 한국에서는 월드뮤직 쪽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싶어요. 그냥 단순하게 갑자기 공연해야 하니까 보름 전에 연습해서 아리랑 하나 부르고 끝나는 겉핥기식 음악 말고요. 민요 가락 중에서도 아주 깊은 곡들이 많거든요. ‘징금이 타령’이나 ‘보리타작 소리’ 같은 음악에 아랍 리듬을 넣고 시타르와 플라멩코 기타를 넣어 국악의 매력을 더욱 살리려고 했습니다.
Q. 국제적인 경험에 태어난 고장의 음악을 녹여내시는 것 같아요. 부산은 기타리스트 민선재에게 어떤 곳인가요?
A. 저는 예전에 부산을 떠나올 때만 하더라도 좋은 걸 몰랐어요. 한 20년을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세비야, 서울에 있고, 또 2014년부터 대만, 일본, 중국,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친구들과 ‘아시아 플라멩코 페스티벌’을 기획하면서 각국을 뱅글뱅글 돌다 보니까 부산이 얼마나 좋은 줄 알겠어요. 부산은 정말 인터내셔널하고 멋진 곳이에요! 부산에는 플라멩코 무용 인구가 많아요. 저와 연결되지 않더라도 제법 플라멩코 인구가 있고요, 부산의 기질이 플라멩코와도 잘 맞아 제가 우스갯소리로 ‘경상도 라틴’이라고 부르거든요. 올해 11월 5일에는 여기 부산에서 제4회 ‘아시아 플라멩코 페스티벌’을 열 예정입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아티스트가 섭외되어 있어요.
Q. 기대가 크네요! 마지막으로 우리 비플랫 독자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어느 나라를 가보든지 특히 유럽처럼 문화가 굉장히 발달해있는 곳은 그분들의 공통점이 그런 것 같아요. 그냥 문화를 일상생활처럼 느끼고 소비하는 거예요. 주말되면 정말 편하게 동네 근처에 공연장에 가고, 카페가 공연장이 되기도 하고, 갤러리가 있고 무용과 연극이 있고, 그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마음 속에 자리한 거죠. 시나 나라에서 지원을 해서 활성화시키는 건 단발성일 수밖에 없어요. 근본적인 부분은 그걸 향유하시는 분들이 마음 속에 그런 걸 담고 계셔야 되거든요. 물론 주말에 일 때문에 지치고 스트레스 받고 그래서 종일 자고 치킨 시켜먹고 넷플릭스 보자 이럴 수 있지만, 이제 느즈막히라도 일어나셔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공연장 오시고, 그런 것들을 아이들한테 좀 보여주시면, 그 친구들은 크면서 그걸 자연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