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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플랫] 소리꾼 조아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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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전통과 변화가 공존하는 길 (소리꾼 조아라 인터뷰)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부산에서 태어나서, 부산대학교 국악학과 학•석사까지 졸업 후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리꾼 조아라입니다. 경북무형문화재 제34호 ‘흥보가’ 이수자로 지정 받았고요, 제39회 동래전국전통경연대회에서 국회의장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국악그룹 길이라는 실내악단 단체를 5년 째 이끌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길 국악연구소’, 포항에서는 ‘조아라 판소리연구소’를 열어서 두 곳을 오가며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국악의 길에 입문하셨어요?
저는 사실 늦게 시작한 편이에요. 원래는 노래부르는 걸 굉장히 좋아했는데, 가수의 길은 아닌 것 같고, 저희 어머니가 어릴때 성악을 하셨는데 제가 성악으로 나가는 것도 막 말리시더라고요. 음악의 길이 너무 어려운 걸 아셔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성악도 아니구나 하다가, 중학교 2학년 때 당시 배우 조승우가 나왔던 영화 <춘향뎐>에서 소리를 하신 조상현 선생님이 TV에 나온 걸 귀기울여 듣게 되었고, 판소리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어머니의 반대에도 아버지께서 선생님을 찾아주셨고, 소리를 배운지 3개월만에 판소리 대회에서 1등을 하며 부모님께서 어려운 형편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어요.
처음에 배울 때 안 힘들었어요?
힘들었죠. 경상도 사람들이 판소리를 배우기 힘든 이유가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판소리에는 전라도말이 많이 나와요. 말의 억양이 이쪽과는 완전히 다르죠. 그래서 전라도분들은 그냥 말하면 되는 걸 저는 높낮이를 그려가면서 억양을 따라하고 흉내를 내면서 공부했죠. 점점 제 걸로 만들기까지 힘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해온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지금 판소리를 하면서 부산에서 발표회를 많이 했어요.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야 되는데 누가 불러주지 않으면 못하잖아요. 그래서 누가 불러주길 기다리기 보다는 스스로 기획을 해보자 해서 부산문화재단이나 국가지원사업에 지원금을 받아서 계속 기획, 연출을 맡아 하고 있어요. 개인 발표회도 벌써 여섯번째나 했구요. 최근에는 저희 국악그룹 ‘길’이 경상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다 보니까, 영남 지방의 음악을 실내악 음악으로 작업을 해서 지역에서 활동 중인 연희팀, 무용팀 등 다양한 장르랑 결합을 하는 의미있는 기획을 하려고 노력중이에요. 요즘은 굿음악을 시대에 맞게 새롭게 창작하는 등 젊은 국악인들이 제일 잘 할수 있는 음악들을 무대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코로나 기간 동안 예술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선생님은 어떠셨어요?
작년에 <신나는 예술 여행>이라는 너무 큰 사업을 지원 받아서 농산어촌 마을을 순회하게 되었어요. 총 30회로 진행되었죠.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마을에서 외부인 출입을 꺼리며 거절 하셨어요.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하기로 하고 홍보물과 공연에 필요한 것들을 다 준비해뒀는데, 갑자기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며칠 앞두고 못하게 된 경우도 있었어요. 정말 좌절감이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공연을 함께 해주신 분들은 너무 즐거워 해주셔서 한편으론 어려운 시기에도 감사한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국악은 트레이닝이 엄청 고되고 힘들다면서요?
지리산에 가서 폭포 밑에서 연습하는 것 실제로 했어요. 저희는 여름, 겨울 합숙을 계속 하거든요. 흔히들 득음을 하기 위해 피를 토하고 똥물을 마시고 한다는 건 옛말이에요. 그때는 약이 없으니까 뭘 먹어도 목이 안 나아서 그랬겠지요. 그래도 연습을 하다보면 목에서 피가 나고 밥도 못 삼키고 그런 정도의 노력은 했죠. 예전엔 제가 선생님한테 갔다면, 이제는 제가 제자들을 데리고 가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밥먹고 연습하고 밥먹고 연습하고, 보통 열흘에서 15일 정도, 길면 한 달인데 그것도 선생님이 체력이 되어야 할 수 있는 훈련이에요. 그런 과정에서 관계도 돈독해지고 예절도 배우고 합니다.
국악이 오늘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세요?
요즘은 국악이 많이 대중화가 되었어요. 저도 제의를 받긴 했지만 TV에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많잖아요. 보시면서 저게 무슨 국악이야, 하기보다는 국악이 저런 것들도 할 수 있구나, 하고 국악인들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가고 국악을 대중화시키기 위해서 이러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고 좋게 생각해주시고 그런 모습들도 예쁘게 봐주실 수 있어야지 국악이 알려지고 정통 판소리, 정악, 민속악 같은 옛 것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거예요. 저는 전통을 한 80%는 보여주면서 흐름에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인데 저 같은 사람만 있으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국악계에 저 같은 사람 뿐 아니라 시대에 맞춰서 더 새롭게 보여주는 사람들이 다 같이 공존해야지 국악이 계속 이어져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산은 소리꾼 조아라에게 어떤 곳인가요?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지요. 부모님이 결혼하시고 이 곳 금정구에서 신혼 생활을 하시면서 제 어린시절을 보냈어요. 그러다 IMF를 겪으며 대구, 경주, 포항으로 이동하며 학창시절을 보냈죠. 그래서 제가 대학을 선택할 때 서울보단 부산으로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어요. 저희 아버지가 서울분이셔서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지, 지금이라도 서울로 가야지. 이런 말씀을 아직도 하세요. 마음만 먹음 갈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정착해서 살고 싶은 건 이 곳, 부산인 것 같아요. 하지만 부산은 저희같은 프리랜서 예술인들이 활동하기가 참 힘든 곳이에요. 예술인들은 많은데에 비해 활동할 수 있는 범위와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느껴져요. 앞으로 부산의 관광자원과 예술을 접목 시켜서 볼거리, 놀거리를 만들어 간다면 좋을 것 같아요.
비플랫 독자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판소리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희노애락이 다 들어있고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다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정서에 가장 잘 맞는 음악이기도 하고요. 중국이 국악도 자기들 음악이었다고 할 때, 우리가 제대로 알고 우리 것을 제대로 지킬 수 있어야 해요. 젊은 국악인들이 그런 것을 지켜가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고 있으니 관심을 가지고 성원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영화관에 가면 관람료를 내고 공연장에 가면 티켓을 사잖아요. 그런데 국악이라고 하면, 그게 뭔데 돈내고 봐야 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아요. 우리 국악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고급스러운 음악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국악이 계속해서 전승되고 이어나갈 수 있도록 기꺼이 티켓값을 지불 할 수 있는 한국인들이 앞으로 더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조아라 프로필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국악학과 졸업, 동대학원 졸업.
제39회 동래전국전통경연대회 일반부대상 (국회의장상)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4호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
국립부산국악원 단원역임
박녹주제 흥보가, 박동실제 심청가, 창작판소리 유관순열사가 완창 외 개인발표 다수
영남음악보존을위한프로젝트<쾌지나칭칭나네>, 신나는예술여행<그때우리가놀던판> 등 기획 및 연출 다수
현) 국악실내악단 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