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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스페이스 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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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소연 조회 164회 작성일 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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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쉽게 돈이 되지 않지만, 문화가 있어 인간은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 자본의 위세가 갈수록 등등해지면서 소비와 환락이 돈 안 되는 문화의 자리를 꿰차는 추세지만, 그래도 숨은 문화 파수꾼들이 있어 세상은 살 만한지도 모른다.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움'의 김은숙 대표도 그런 파수꾼 중 한 명이다. 우연히 '문화 사랑방'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스스로 발목이 잡혀 사랑방의 안주인을 자임하게 된 김 대표. '늦게 배운 도둑'처럼 그녀는 밤새는 줄 모르고 멋진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오빠 건물 1층 전체 활용해

갤러리·콘서트홀 겸한 카페 운영


매주 목요일 갤러리서 무료 음악회

입소문 나며 출연 제의 줄잇기도


커피 팔아 출연료 등 경비 마련

적자 쌓이며 유료회원제 고민


■문화에 대한 목마름으로 우물을 파다


지난 9월은 그녀에게 감동과 다짐의 의미로 성큼 다가왔다. 2011년 4월 문을 연 스페이스 움(부산 동래구 명륜로 106)이 정기공연 300회를 맞이해서다. 지난 8년 동안 거의 한 주도 쉬지 않고 달려온 결과여서 김 대표는 자신에게 축하 화환을 증정했다. 이 기쁨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특별 이벤트도 마련했다. 지난달 21~25일까지 매일 오후 7시 '한여름 밤의 움 Jazz Night 5 Series'를 개최한 것. 5일 동안 다섯 차례 열린 공연은 부산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 재즈 뮤지션으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김 대표는 "300회라고 해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움의 '시즌 2'를 열정적으로 열어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와 스페이스 움의 만남은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움이 들어서 있는 혜준빌딩은 개업의인 그녀의 친오빠 건물이다. 이 건물 1층의 활용을 고민하던 오빠가 여동생에게 한번 맡아 볼 것을 권유했고, 그녀는 얼떨결에 갤러리와 카페의 운영 책임자가 됐다.


"제가 평소에도 문화 예술 관람을 좋아했어요. 퇴근하면 전시장이나 공연장을 자주 찾아다녔습니다. 그런데 2011년 해운대에서 동래로 이사하면서 전시장이나 공연장 찾아가기가 굉장히 불편했어요. 문화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고 있는 차에 오빠 제의를 받고 스스로 문화행사를 기획하면 문화를 실컷 향유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하게 됐어요."


움은 갤러리 겸 공연장, 카페 등으로 구성된 독특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갤러리와 카페는 평소에 공간을 분할하고 있지만,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이 그 옆 갤러리로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는 동선 구조로 돼 있으며 갤러리에서 공연이 이뤄져 그림도 보고 공연 관람도 할 수 있게 돼 있다.


■출발은 창대했으나



움의 외관.

김 대표는 '문턱을 낮춘 갤러리 겸 콘서트홀 그리고 커피숍'이라는 다소 긴 모토를 내걸고 도전에 나섰다. 대범하게도 관람료는 무료였다. 커피를 팔아 출연료를 충당한다는 계획이었다. 움은 '새싹'을 의미하는데, 수익보다 이웃들과 예술을 나누고 싶은 소망이 새록새록 움트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그런 작명을 했다고 한다.


출발은 무난했다. 첫 전시회는 서양화가 김태진의 '옹달샘' 전이었다. 전시된 작품 중 70%나 팔렸다. 5일 뒤 첫 음악회 '움을 틔우는 신춘음악회'도 성료했다. 첫 전시회와 음악회가 좋은 성과를 내자 김 대표는 정기공연에 대한 욕심을 냈다. 이를 위해 갤러리 양쪽 문을 아예 가변형으로 바꿔 매주 목요일이면 갤러리를 콘서트홀로 꾸몄으며 음악회는 연주자가 직접 작품을 해설하는 '렉처 콘서트' 방식을 유지했다.


대규모 공연장과 달리 관중석 바로 코앞에서 연주자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그림과 음악회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움의 '하우스 콘서트'는 입소문이 나며 관객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호사다마. 공연이 거듭될수록 적자가 누적됐다. 커피 수익만으로 출연료를 충당할 수 없게 된 것. 출연진 섭외도 한계에 봉착했다. 그래서 2년쯤 지날 무렵 유료화를 도입했다. 그러자 (무료)초청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관객이 없으니 출연진 구하기도 점점 힘들어졌다. 그녀는 카페 운영 중에도 직장을 다녔다. 직장에서 받은 월급을 고스란히 움에 수혈해야 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부산문화회관 등 공연장의 대관 명단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어요. 연주자들을 직접 접촉해 리허설 형식의 프리뷰 콘서트를 제의했어요. 아트페어와 갤러리도 찾아다녔어요."


■지역문화 사랑방 역할 계속할 것


움의 카페 내부 모습.

발로 뛰니 성과도 나타났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회를 유치할 수 있었다. 성과가 있자 공익성 강한 단체의 출연 제의도 잇따랐다.


공연 횟수가 거듭될수록 인맥이 넓어지면서 이제는 출연진이 줄을 섰을 정도가 됐다. 김 대표의 진정성을 알아본 뜻있는 관객들이 후원회를 결성해 금전적인 도움도 주고 있다.


비록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7년의 세월은 김 대표를 내공 있는 문화기획자로 키워냈다. 그녀는 김해국제음악제(9월 4~17일) 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행사를 총괄 지휘했으며 일선 구청과 부산지역 공공기관들의 음악회 기획도 다수 대행하고 있다.


그녀의 '외도'는 스페이스 움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인적·금전적 바탕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움이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늘 집 밖에 돌아다니면서도 살림살이에 보탬을 주지 못해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제 활동을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그 사람에게 이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그녀는 비용 보전을 위해 "후원 모임을 강화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유료 회원제를 도입하고 싶다"고 밝혔다.


작가와 시민이 스스럼없이 만나고 그 시민이 문화 애호가, 나아가 문화 소비자가 될 때 예술가들은 더 훌륭한 작품 활동으로 보답하는 '선순환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일조하는 게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다. 스페이스 움이 지역문화의 사랑방으로 굳건히 활착할 수 있도록 많은 시민이 관심을 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현주 선임기자 hohoy@busan.com

 

[ 원문 ]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81018000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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